1 수아 사람 빌닷이 대답하여 이르되
2 너희가 어느 때에 가서 말의 끝을 맺겠느냐 깨달으라 그 후에야 우리가 말하리라
3 어찌하여 우리를 짐승으로 여기며 부정하게 보느냐
4 울분을 터뜨리며 자기 자신을 찢는 사람아 너 때문에 땅이 버림을 받겠느냐 바위가 그 자리에서 옮겨지겠느냐
5 악인의 빛은 꺼지고 그의 불꽃은 빛나지 않을 것이요
6 그의 장막 안의 빛은 어두워지고 그 위의 등불은 꺼질 것이요
7 그의 활기찬 걸음이 피곤하여지고 그가 마련한 꾀에 스스로 빠질 것이니
8 이는 그의 발이 그물에 빠지고 올가미에 걸려들며
9 그의 발 뒤꿈치는 덫에 치이고 그의 몸은 올무에 얽힐 것이며
10 그를 잡을 덫이 땅에 숨겨져 있고 그를 빠뜨릴 함정이 길목에 있으며
11 무서운 것이 사방에서 그를 놀라게 하고 그 뒤를 쫓아갈 것이며
12 그의 힘은 기근으로 말미암아 쇠하고 그 곁에는 재앙이 기다릴 것이며
13 질병이 그의 피부를 삼키리니 곧 사망의 장자가 그의 지체를 먹을 것이며
14 그가 의지하던 것들이 장막에서 뽑히며 그는 공포의 왕에게로 잡혀가고
15 그에게 속하지 않은 자가 그의 장막에 거하리니 유황이 그의 처소에 뿌려질 것이며
16 밑으로 그의 뿌리가 마르고 위로는 그의 가지가 시들 것이며
17 그를 기념함이 땅에서 사라지고 거리에서는 그의 이름이 전해지지 않을 것이며
18 그는 광명으로부터 흑암으로 쫓겨 들어가며 세상에서 쫓겨날 것이며
19 그는 그의 백성 가운데 후손도 없고 후예도 없을 것이며 그가 거하던 곳에는 남은 자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
20 그의 운명에 서쪽에서 오는 자와 동쪽에서 오는 자가 깜짝 놀라리라
21 참으로 불의한 자의 집이 이러하고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자의 처소도 이러하니라
빌닷이 듣기에 욥의 주장은 너무나도 건방졌습니다. 화가 난 빌닷은 욥의 답변을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말을 가로채듯 자신의 말을 시작합니다. 욥이 당하는 고난은 그의 악행을 증명하는 것이라 확신하고, 모든 악인의 최후에 대해 자세히 묘사했습니다.
화가 난 빌닷의 비판(1~4절)
빌닷은 욥이 친구들을 마치 짐승들처럼 여기고, 부정한 사람들로 취급하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욥의 태도에 불쾌한 감정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는 욥이 자신의 울분으로 스스로를 죽이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땅도 바위도 세상의 어떤 것도 욥의 주장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욥의 존재감을 완전히 무시해 버립니다. 빌닷의 지적대로, 욥의 답변은 다소 감정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빌닷도 지금 매우 격앙된 감정으로 욥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감정이 격돌할 때 사람들은 서로를 거침없이 비난합니다. 욥을 위로하고자 방문했던 본래의 목적은 이제 사라져 버렸습니다. 서로 자기의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고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것이 대화의 목적이 되어 버렸습니다.
악인의 인생(5~14절)
빌닷은 격앙된 발언을 이어 갑니다. 욥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면서 다시 한번 악인이 스스로 고난을 자초한다는 논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욥이 지금 아무리 의로운 척해도 그가 당하는 고난이 그가 악인임을 말해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빌닷이 묘사하는 악인의 운명이란 이렇습니다. 악인은 빛을 잃어버립니다. 악인의 인생은 어둠으로 가득합니다. 곧 악인은 생명을 잃어버릴 것입니다. 악인은 올무와 덫에 빠집니다. 또 항상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빌닷은 이 모든 모습이 욥에게서 발견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빌닷이 착각하고 있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모든 사람에게 이 같은 저주가 이미 임했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빌닷은 오직 악인만이 죽음의 파멸을 겪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사실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운명입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시들지 않을 사람은 없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욕심에 걸려 넘어지며, 날마다 두려움 속에서 살아갑니다. 의인은 항상 빛나고 풍족한 인생을 살 것이라는 주장은 매우 교만하고 단순한 세계관입니다.
악인의 최후(15~21절)
빌닷은 악인의 최후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발언합니다. 악인의 파멸은 그 자신에게만 해당하지 않고 집안과 후손에게까지 임한다고 말합니다. 악인은 집을 빼앗깁니다. 아무에게도 기억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의 후손도 모두 사라질 것입니다. 악인은 결국 망할 운명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불의한 자와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자의 운명입니다. 빌닷은 욥에게 큰소리치고 있습니다. 욥의 반론에 여지를 두지 않습니다. 빌닷은 악인의 최후에 대해 강조하면서 악인이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자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알다’라는 뜻의 동사 ‘야다’가 사용되었습니다. 이 동사는 하나님을 단순히 지식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경험으로 깊이 아는 것을 말합니다. 하나님을 깊이 알지 못하는 자가 곧 악인일 수밖에 없습니다. 빌닷은 지금 욥을 하나님을 알지도 못하는 자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빌닷이 묘사한 악인의 운명은 사실 모든 인류의 운명입니다. 의인은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롬 3:10). 하지만 우리가 맞이할 죄인의 운명을 예수 그리스도께서 대신 감당하셨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당하신 고난이 우리의 죄 때문임을 기억하며 그를 영화롭게 하는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