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리가 몰려와서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새 예수는 게네사렛 호숫가에 서서
2 호숫가에 배 두 척이 있는 것을 보시니 어부들은 배에서 나와서 그물을 씻는지라
3 예수께서 한 배에 오르시니 그 배는 시몬의 배라 육지에서 조금 떼기를 청하시고 앉으사 배에서 무리를 가르치시더니
4 말씀을 마치시고 시몬에게 이르시되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
5 시몬이 대답하여 이르되 선생님 우리들이 밤이 새도록 수고하였으되 잡은 것이 없지마는 말씀에 의지하여 내가 그물을 내리리이다 하고
6 그렇게 하니 고기를 잡은 것이 심히 많아 그물이 찢어지는지라
7 이에 다른 배에 있는 동무들에게 손짓하여 와서 도와 달라 하니 그들이 와서 두 배에 채우매 잠기게 되었더라
8 시몬 베드로가 이를 보고 예수의 무릎 아래에 엎드려 이르되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하니
9 이는 자기 및 자기와 함께 있는 모든 사람이 고기 잡힌 것으로 말미암아 놀라고
10 세베대의 아들로서 시몬의 동업자인 야고보와 요한도 놀랐음이라 예수께서 시몬에게 이르시되 무서워하지 말라 이제 후로는 네가 사람을 취하리라 하시니
11 그들이 배들을 육지에 대고 모든 것을 버려 두고 예수를 따르니라
누가는 교회가 어떻게 예수님의 길을 따르며 주님의 은혜를 얻을 수 있는지를 가르쳐 줍니다. 누가는 마태나 마가에 비해(참조, 마 4:18〜22; 막 1:16〜20) 교회가 태동한 사건을 자세히, 극적으로 설명해 주는데, 이는 누가 은혜를 받기에 합당한가를 잘 보여 줍니다.
무리가 아닌 제자(1~3절)
누가는 예수님이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셨음을 강조합니다(1절). 그 이유는 예수님이 행하신 사역 가운데 교회가 반드시 중심에 두어야 할 사역이 말씀 사역이기 때문입니다. 복음서가 말하는 ‘무리’는 이적을 보고 몰려다닐 뿐, ‘말씀’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은 무리에게 말씀을 전하시지만, 의도적으로 시몬의 배에 오르셔서 무리에게서 조금 떨어져 가르치십니다(2〜3절). 이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상징합니다. 예수님은 무리 가운데 계시지 않고, 제자가 될 사람과 ‘같은 배’를 타신다는 것입니다. 물론 예수님이 무리를 포기하시지는 않지만, 궁극적으로 예수님이 누구신지를 알고 그 은혜를 누릴 자는 무리가 아니라 같은 배를 탄 제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참된 은혜를 얻기 원한다면 말씀을 듣기만 하는 무리의 자리에서 주님과 같은 배를 타는 제자의 자리로 옮겨야 합니다.
말씀에 순종하는 자(4〜7절)
계속 ‘말씀’이 강조됩니다(4~5절). 예수님은 ‘말씀을 마치시고’ 시몬에게 지시하셨고, 시몬은 ‘말씀에 의지하여’ 그물을 내렸습니다. 말씀이 선포되고, 그 말씀에 순종하자 상상할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고기가 많이 잡힌 것입니다. 배 두 척이 고기로 가득 차서 잠길 정도가 되었습니다(6〜7절). 누가는 그 배가 두 척임을 강조하며, 예수님의 권능의 ‘증거’임을 암시합니다. ‘둘은 증거, 증인을 상징하는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누가가 이 사건을 특별히 강조하는 이유는 말씀이 선포되고 그 말씀에 순종하는 사람에 의해 교회가 시작된다는 사실과 선포된 그 말씀에 순종함으로써 주님의 권능이 드러난다는 사실을 가르치기 위함입니다. 따라서 주님의 몸 된 교회는 바른 말씀을 선포하고 그 말씀에 온전히 순종함으로써 주님이 그 권능으로 베푸시는 은혜를 받아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죄인 됨을 인정하는 자(8~11절)
베드로가 예수님의 무릎 아래 엎드려 자신이 죄인이라고 고백하는 것은 구약시대에 하나님의 영광을 본 선지자들의 반응을 연상시킵니다. 이사야가 하나님의 영광 앞에 섰을 때 자기의 죄를 떠올렸던 것처럼(사 6:5), 베드로는 예수님에게서 하나님의 영광을 보았습니다. 그와 함께한 다른 제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8~10a절).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무서워하지 말라”고 하시는데, 이는 천사가 사가랴나 마리아에게 했던 말과 같습니다(10b절; 참조, 1:13, 30). 누가는 성전이나 회당이 아닌 일상의 장소에 하나님의 영광이 나타나는 장면을 자주 묘사합니다. 이때 베드로의 배는 하나님의 영광이 임하는 거룩한 성전이 된 것입니다. 이제 베드로와 야고보, 요한은 배를 육지에 대고, 모든 것을 버려두고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 물고기가 아닌 사람을 취하는 자가 되었습니다(11절). 주님과 동행하고 그 말씀에 순종하면 주님의 은혜를 입어 거룩한 사명자로 거듭나게 됩니다.
교회는 주님과 동행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중심에 두고 그 말씀에 순종하는 자들의 공동체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근거로 하는 공동체. 예배당에서만이 아니라 일상에서 주님의 영광을 체험하는 공동체,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공동체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