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이제는 내 생명이 내 속에서 녹으니 환난 날이 나를 사로잡음이라
17 밤이 되면 내 뼈가 쑤시니 나의 아픔이 쉬지 아니하는구나
18 그가 큰 능력으로 나의 옷을 떨쳐 버리시며 나의 옷깃처럼 나를 휘어잡으시는구나
19 하나님이 나를 진흙 가운데 던지셨고 나를 티끌과 재 같게 하셨구나
20 내가 주께 부르짖으나 주께서 대답하지 아니하시오며 내가 섰사오나 주께서 나를 돌아보지 아니하시나이다
21 주께서 돌이켜 내게 잔혹하게 하시고 힘 있는 손으로 나를 대적하시나이다
22 나를 바람 위에 들어 불려가게 하시며 무서운 힘으로 나를 던져 버리시나이다
23 내가 아나이다 주께서 나를 죽게 하사 모든 생물을 위하여 정한 집으로 돌려보내시리이다
24 그러나 사람이 넘어질 때에 어찌 손을 펴지 아니하며 재앙을 당할 때에 어찌 도움을 부르짖지 아니하리이까
25 고생의 날을 보내는 자를 위하여 내가 울지 아니하였는가 빈궁한 자를 위하여 내 마음에 근심하지 아니하였는가
26 내가 복을 바랐더니 화가 왔고 광명을 기다렸더니 흑암이 왔구나
27 내 마음이 들끓어 고요함이 없구나 환난 날이 내게 임하였구나
28 나는 햇볕에 쬐지 않고도 검어진 피부를 가지고 걸으며 회중 가운데 서서 도움을 부르짖고 있느니라
29 나는 이리의 형제요 타조의 벗이로구나
30 나를 덮고 있는 피부는 검어졌고 내 뼈는 열기로 말미암아 탔구나
31 내 수금은 통곡이 되었고 내 피리는 애곡이 되었구나
욥은 그 인생에서 늘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했던 사람입니다. 물론 살면서 어려운 일이 없었을 리 없지만, 그때마다 하나님이 문제를 해결해 주시는 은혜를 경험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하나님이 자신을 도와주지 않으시리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본문에는 하나님의 도우심이 사라졌다고 느끼는 욥의 슬픔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런 욥의 모습에서 십자가에 달리셨던 주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잔혹하신 하나님(16~23절)
욥은 자신이 얼마나 심한 고통을 느끼고 있는지 계속 토로합니다. 그는 피부병을 앓고 있었는데, 피부가 아니라 내면에서 생명이 녹고 뼈가 쑤신다고 탄식하고 있습니다(16〜17절). 병이 아니라 하나님의 도우심을 얻지 못하는 절망적 상황으로 고통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욥은 온몸에 종기가 나서 옷도 입지 못하고 재 가운데 앉아 질그릇 조각으로 몸을 긁는 자신의 상황을 ‘하나님이 큰 능력으로 그의 옷을 떨쳐 버리시고, 그를 휘어잡으시고, 진흙 가운데 던지사 티끌과 재 같게 하셨다’고 표현합니다(18〜19절). 이처럼 욥은 재산과 가족을 잃고 질병으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지만, 무엇보다 그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하나님이 그를 잔혹하게 대적하신다는 느낌이었습니다(20〜21절). ‘바람은 하나님의 능력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데, 욥은 하나님이 바람, 곧 그 능력으로 자신을 던져 버리신다고 말하며(22절), 이런 모든 탄식 가운데 욥은 결국 하나님이 자기를 죽이시려 한다고 생각하며 절망하고 있습니다(23절). 하나님의 백성은 하나님이 자신을 멀리하신다고 느껴지면 죽음보다 더 심한 고통을 경험합니다. 우리는 욥의 이 고통을 깊이 묵상해야 합니다. 이 고통은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십자가에 달리셔서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라고 외치셨던 주님의 고통과 같기 때문입니다.
돕지 않으시는 하나님(24~31절)
욥은 하나님이 자기를 죽게 하셔서 정한 집으로 돌려보내실 것이라고 하면서(23절) 고통을 당할 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냐며 하나님께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24절). 욥은 자기가 과거에 고생하는 자를 위해 울고, 빈궁한 자를 위해 근심했다고 밝히며 자신도 그런 도움을 받게 되기를 원합니다(25절). 사실 이는 욥의 세 친구들이 감당해야 할 일입니다. 그들은 자기 지식을 자랑하며 가르치려 드는 것이 아니라 같이 울고 같이 근심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욥은 친구들의 도움을 얻지 못했고, 복을 바랐더니 화가 오고, 광명을 바랐더니 흑암이 왔다며 탄식합니다(26절). 자신의 죽음을 예상하는 사람이라 해도 남은 시간 동안 누군가 옆에 있어 주기를 바라게 마련입니다. 욥은 이제 자신을 피부병으로 인해 피부가 검게 변하여 사람들의 도움을 바라는 비참한 사람이라고 묘사합니다(28, 30절). 하지만 정작 자신의 옆을 지키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이리와 타조, 즉 들짐승이 주위를 맴도는 형편입니다(29절). 이제 욥은 고요함이 없는 환난 가운데, 통곡과 애곡만이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27, 31절). 욥은 그저 옆에서 자기편이 되어 주는 한 사람도 없이, 아무도 없는 철저한 고독의 시간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고통과 고독의 시간이 바로 제자들이 모두 도망간 상황에서 홀로 십자가를 지시고 사람들의 조롱 가운데 계셨던 주님의 시간이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욥의 고통을 묵상하면서 주님이 겪으신 고통을 되새겨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그야말로 철저히 고독한 상황에서 하나님의 심판을 겪으셨습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뜻임을 아셨기에 그대로 받아들이셨습니다. 십자가의 고통을 담당하신 예수님을 기억하고, 내가 받은 말할 수 없는 큰 은혜에 늘 감사하며 살아가는 성도들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