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리 가운데 주도된 개혁_에스라 10:1-15

1 에스라가 하나님의 성전 앞에 엎드려 울며 기도하여 죄를 자복할 때에 많은 백성이 크게 통곡하매 이스라엘 중에서 백성의 남녀와 어린 아이의 큰 무리가 그 앞에 모인지라

2 엘람 자손 중 여히엘의 아들 스가냐가 에스라에게 이르되 우리가 우리 하나님께 범죄하여 이 땅 이방 여자를 맞이하여 아내로 삼았으나 이스라엘에게 아직도 소망이 있나니

3 곧 내 주의 교훈을 따르며 우리 하나님의 명령을 떨며 준행하는 자의 가르침을 따라 이 모든 아내와 그들의 소생을 다 내보내기로 우리 하나님과 언약을 세우고 율법대로 행할 것이라

4 이는 당신이 주장할 일이니 일어나소서 우리가 도우리니 힘써 행하소서 하니라

5 이에 에스라가 일어나 제사장들과 레위 사람들과 온 이스라엘에게 이 말대로 행하기를 맹세하게 하매 무리가 맹세하는지라

6 이에 에스라가 하나님의 성전 앞에서 일어나 엘리아십의 아들 여호하난의 방으로 들어가니라 그가 들어가서 사로잡혔던 자들의 죄를 근심하여 음식도 먹지 아니하며 물도 마시지 아니하더니

7 유다와 예루살렘에 사로잡혔던 자들의 자손들에게 공포하기를 너희는 예루살렘으로 모이라

8 누구든지 방백들과 장로들의 훈시를 따라 삼일 내에 오지 아니하면 그의 재산을 적몰하고 사로잡혔던 자의 모임에서 쫓아내리라 하매

9 유다와 베냐민 모든 사람들이 삼 일 내에 예루살렘에 모이니 때는 아홉째 달 이십일이라 무리가 하나님의 성전 앞 광장에 앉아서 이 일과 큰 비 때문에 떨고 있더니

10 제사장 에스라가 일어나 그들에게 이르되 너희가 범죄하여 이방 여자를 아내로 삼아 이스라엘의 죄를 더하게 하였으니

11 이제 너희 조상들의 하나님 앞에서 죄를 자복하고 그의 뜻대로 행하여 그 지방 사람들과 이방 여인을 끊어 버리라 하니

12 모든 회중이 큰 소리로 대답하여 이르되 당신의 말씀대로 우리가 마땅히 행할 것이니이다

13 그러나 백성이 많고 또 큰 비가 내리는 때니 능히 밖에 서지 못할 것이요 우리가 이 일로 크게 범죄하였은즉 하루 이틀에 할 일이 아니오니

14 이제 온 회중을 위하여 우리의 방백들을 세우고 우리 모든 성읍에 이방 여자에게 장가든 자는 다 기한에 각 고을의 장로들과 재판장과 함께 오게 하여 이 일로 인한 우리 하나님의 진노가 우리에게서 떠나게 하소서 하나

15 오직 아사헬의 아들 요나단과 디과의 아들 야스야가 일어나 그 일을 반대하고 므술람과 레위 사람 삽브대가 그들을 돕더라

에스라는 제국의 왕 아닥사스다에 의해 예루살렘으로 보냄을 받은 사람입니다（참조, 7:12〜28）. 물론 7장의 조서만 보면 아닥사스다가 에스라에게 유다 땅에서 하나님의 율법을 구현하라고 명령한 것 같지만, 사실상 정치적인 의도 때문에 에스라를 보낸 것입니다. 하지만 에스라는 자기에게 주어진 정치적 권세를 유다 공동체의 신앙을 개혁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하나님의 섭리가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함께 추진하는 개혁（1~6절）

만약 에스라가 자기 권세만 믿고 이스라엘의 범죄를 지적하며 개혁을 요구했다면 큰 반발에 직면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에스라는 백성의 죄가 마치 자신의 죄인 것처럼 성전에 나아가 회개하며 자복했습니다. 그러자 백성 중에서 많은 사람이 회개에 동참했습니다（1절）. 에스라가 오기 전에 이미 이방인과 통혼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이 많이 있었던 것입니다. 에스라는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귀환 공동체 안에 내재된 개혁의 열망을 발현시키기 위해 하나님이 사용하신 촉매제였습니다. 그래서 에스라가 이방인과 통혼한 자들을 직접 꾸짖은 것이 아니라 스가냐가 자신들의 죄를 직접 고백하고 이방인 아내와 소생들을 다 내보내자고 제안했습니다（2〜3절）. 에스라는 그 말대로 행하도록 맹세를 시키고, 엘리아십의 아들 여호하난의 방으로 들어갑니다（5〜6a절）. 여호하난은 대제사장이었습니다. 에스라는 종교 지도자인 여호하난과 힘을 합해 개혁을 추진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이 모든 일을 진행하기 전에 먹지도, 마시지도 않으며 간절히 금식기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6b절）. 이처럼 인간의 권력이나 힘에 의지하지 않고 오직 기도로 준비하고 동역자들이 함께 마음을 모았기에 에스라의 개혁은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교회가 말씀으로 바로 서는 데에도 이런 경건하고 지혜로운 과정이 필요합니다.

단호한 지도력（7~15절)

에스라는 개혁이라는 명목으로 칼날을 함부로 휘두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공동체 전체가 개혁에 대한 열망을 품고 있음을 확인한 이상 개혁을 미루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왕에게 받은 권세로 사람들을 모읍니다. 불응하는 자에게는 제재를 가할 것을 선언합니다（7〜8절）. 큰비가 와서 모임을 갖기에 적절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에스라는 사람들이 모이게 하는 것을 미루지 않았으며（9절）, 백성의 죄악을 지적하며 이를 시정할 것을 강력한 어조로 명령하기를 두려워하지도 않았습니다（10〜11절）. 이미 백성 사이에 개혁에 대한 열망이 있었기에 모두 이에 순종하기로 응답했습니다. 다만 큰 비로 인해 당장 그 자리에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웠습니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표자들을 세우자고 건의합니다（12〜14절）. 물론 에스라가 추진하는 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이 없지는 않았습니다（15절）. 만약 에스라가 솔선하여 회개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거나 자신의 권한을 과감하게 사용하기를 주저했다면 이런 반대 세력들의 선동에 의해 개혁은 저지되거나 크게 후퇴했을 것입니다. 하나님을 섬기는 일꾼은 이처럼 먼저 기도하고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동시에 올바른 것이라면 단호하고 신속하게 추진하는 강단도 소유해야 합니다.

에스라는 교회의 영적 회복을 열망하는 사람들에게 본이 됩니다. 교회의 문제에 대해 자신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듯 행동하거나 앞에서 이끄는 사람을 비난하는 태도로 일관한다면 공동체는 회복될 수 없습니다. 참된 개혁을 갈망하는 자는 무엇보다 하나님 앞에 죄를 자복하고, 하나님의 섭리에 따라 열정적이고 분명하게 모든 일을 추진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그런 사람을 통해 공동체를 회복시켜 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