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욥이 대답하여 이르되
2 이런 말은 내가 많이 들었나니 너희는 다 재난을 주는 위로자들이로구나
3 헛된 말이 어찌 끝이 있으랴 네가 무엇에 자극을 받아 이같이 대답하는가
4 나도 너희처럼 말할 수 있나니 가령 너희 마음이 내 마음 자리에 있다 하자 나도 그럴 듯한 말로 너희를 치며 너희를 향하여 머리를 흔들 수 있느니라
5 그래도 입으로 너희를 강하게 하며 입술의 위로로 너희의 근심을 풀었으리라
6 내가 말하여도 내 근심이 풀리지 아니하고 잠잠하여도 내 아픔이 줄어들지 않으리라
7 이제 주께서 나를 피로하게 하시고 나의 온 집안을 패망하게 하셨나이다
8 주께서 나를 시들게 하셨으니 이는 나를 향하여 증거를 삼으심이라 나의 파리한 모습이 일어나서 대면하여 내 앞에서 증언하리이다
9 그는 진노하사 나를 찢고 적대시 하시며 나를 향하여 이를 갈고 원수가 되어 날카로운 눈초리로 나를 보시고
10 무리들은 나를 향하여 입을 크게 벌리며 나를 모욕하여 뺨을 치며 함께 모여 나를 대적하는구나
11 하나님이 나를 악인에게 넘기시며 행악자의 손에 던지셨구나
12 내가 평안하더니 그가 나를 꺾으시며 내 목을 잡아 나를 부숴뜨리시며 나를 세워 과녁을 삼으시고
13 그의 화살들이 사방에서 날아와 사정 없이 나를 쏨으로 그는 내 콩팥들을 꿰뚫고 그는 내 쓸개가 땅에 흘러나오게 하시는구나
14 그가 나를 치고 다시 치며 용사 같이 내게 달려드시니
15 내가 굵은 베를 꿰매어 내 피부에 덮고 내 뿔을 티끌에 더럽혔구나
16 내 얼굴은 울음으로 붉었고 내 눈꺼풀에는 죽음의 그늘이 있구나
17 그러나 내 손에는 포학이 없고 나의 기도는 정결하니라
이전 본문에서 엘리바스는 욥을 불경건한 자로 규정하고 정죄했습니다. 친구들의 권면을 무시하고 억울함만 내세우는 욥이 교만하고 악한 사람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오늘 본문은 이에 대한 욥의 답변입니다. 그는 친구들과 말이 통하지 않자, 점차 시선을 하나님께 돌립니다.
능력 없는 말들(1-5절)
욥은 엘리바스의 또 한 번의 충고를 듣고, 그런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고 답합니다. 친구들은 하나같이 고난의 원인을 죄라고 단정했습니다. 그래서 욥에게 빨리 회개하라고 말해 왔습니다. 우리는 어려움을 겪는 이에게 좋은 말을 많이 해 주면, 그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능력 없는 말은 아무리 많이 해 주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욥은 능력 없는 말을 내뱉는 친구들을 ‘재난을 주는 위로자’라고 칭합니다. 이 표현은 ‘고난의 위로자’라는 의미입니다. 그들은 위로자와 같은 모습으로 지금 욥의 곁에 있지만 사실은 그를 고통스럽게 만들뿐이었습니다. 사도 바울은 “하나님의 나라는 말에 있지 아니하고 오직 능력에 있음이라”(고전 4:20)고 전하고 있습니다. 친구들의 말에는 어떤 능력도 없었습니다. 헛된 조언과 충고는 하지 말고, 위로와 격려의 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증거가 되어버린 삶(6-8절)
친구들에게 하소연하고, 친구들의 말에 화를 내 보아도 욥의 근심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침묵해도 욥의 아픔은 여전했습니다. 말하는 것도, 침묵하는 것도 근심을 해결해주지 못함을 욥은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는 모든 고난과 근심이 하나님으로부터 왔기에 그러하다고 결론 내립니다. 하나님이 자신을 피로케 하시고, 집안을 망하게 하셨다고 합니다. 하나님이 자신을 비참하게 만드심으로 많은 사람이 자신이 당한 비극을 죄의 증거로 본다고 말합니다. 그런 현실에 욥은 억울함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성도의 삶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의 증거가 됩니다. 비록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는 삶이라고 할지라도, 고난과 슬픔이 가득한 길이라고 할지라도, 예수 그리스도와 동행하는 삶은 하나님의 사랑의 증거가 됩니다.
하나님의 원수처럼(9-17절)
욥과 친구들이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한 가지 전제는, 욥의 고난이 하나님으로부터 왔다는 것입니다. 이 전제하에, 친구들은 고난의 원인이 욥에게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욥은 하나님께 있다고 주장합니다. 오늘 본문에서 욥은 하나님이 어떻게 자신을 대하시는지 폭로하듯 말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그를 원수처럼 대하시며, 악인들의 손에 넘기셨습니다. 하나님은 맹수가 먹잇감을 대하는 것처럼 욥을 대하시고, 활쏘기의 과녁으로 삼으셨습니다. 욥은 자신이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욥은 계속해서 하나님이 자신을 원수처럼 대하시는 현실 때문에 통곡합니다. 욥의 친구들은 하나님의 편에서 욥에게 회개를 강요했지만, 정작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사람은 욥이었습니다. 욥은 자신의 행위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만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욥은 친구들이 위로해 주지 않는 현실에 낙담했습니다. 그들이 들려주는 무능한 질책은 자신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시선을 하나님께 돌렸습니다. 자신을 고난에서 구원해 주실 분은 오직 하나님뿐이라는 사실을 알았기에, 하나님과 변론하고자 기도로 하나님께 나아갔습니다. 하나님께 답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기도로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이 당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