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내가 다시 해 아래에서 보니 빠른 경주자들이라고 선착하는 것이 아니며 용사들이라고 전쟁에 승리하는 것이 아니며 지혜자들이라고 음식물을 얻는 것도 아니며 명철자들이라고 재물을 얻는 것도 아니며 지식인들이라고 은총을 입는 것이 아니니 이는 시기와 기회는 그들 모두에게 임함이니라
12 분명히 사람은 자기의 시기도 알지 못하나니 물고기들이 재난의 그물에 걸리고 새들이 올무에 걸림 같이 인생들도 재앙의 날이 그들에게 홀연히 임하면 거기에 걸리느니라
13 내가 또 해 아래에서 지혜를 보고 내가 크게 여긴 것이 이러하니
14 곧 작고 인구가 많지 아니한 어떤 성읍에 큰 왕이 와서 그것을 에워싸고 큰 흉벽을 쌓고 치고자 할 때에
15 그 성읍 가운데에 가난한 지혜자가 있어서 그의 지혜로 그 성읍을 건진 그것이라 그러나 그 가난한 자를 기억하는 사람이 없었도다
16 그러므로 내가 이르기를 지혜가 힘보다 나으나 가난한 자의 지혜가 멸시를 받고 그의 말들을 사람들이 듣지 아니한다 하였노라
17 조용히 들리는 지혜자들의 말들이 우매한 자들을 다스리는 자의 호령보다 나으니라
18 지혜가 무기보다 나으니라 그러나 죄인 한 사람이 많은 선을 무너지게 하느니라
전도서(傅道書)를 한자 그대로 풀면 ‘도(道)를 전하는 책’이란 뜻입니다. 인생의 방향을 잃은 사람들에게 ‘길’을 알려 주는 책입니다. 인생의 길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알려 주는 책, 인생길의 종착역이 어디인지를 알려 주는 책이 바로 전도서입니다. 그리고 그 길 가운데 가이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지혜’입니다. 본문은 그 예측할 수 없는 길을 걷는 우리를 지혜의 메시지로 안내합니다.
전도자는 인생에서 사람의 능력과 지혜가 제한적임을 말합니다(11〜12절).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난 경주자, 용사(군인), 지혜자와 명철자 그리고 지식인들을 나열하며, 그들에게도 한계가 존재함을 말합니다. 특히 인생의 방향과 끝이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능력자나 지혜자도 알 수 없습니다. 이처럼 해 아래 인생은 불확실한 길을 걸으며 살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사람이 자신을 의지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입니다. 오직 나를 택하시고 부르신 하나님이 나를 인도하시도록 맡겨야 합니다.
전도자는 사람의 한계를 말하며 새와 물고기에 비유합니다. 새나 물고기가 사람이 놓은 올무와 그물에 걸리듯이 사람들도 재앙과 필연적으로 죽음에 맞닥뜨리게 됨을 말합니다(12절). 우리는 인생에서 도무지 예측하지 못하는 사고와 재난을 만납니다. 그럴 때 사람들은 ‘운’과 ‘우연’을 말하지만 우리는 하나님의 ‘섭리’와 ‘주권’을 말합니다. 물론 당장은 당혹스럽고 고통스럽지만 훗날 정금과 같이 만드실 하나님의 손길을 기대하며 견뎌야 합니다.
전도자는 큰 군대를 거느린 ‘큰 왕’의 손에서 성읍을 건진 가난한 지혜자가 사람들에게 기억되지 않는 것에 대해 크게 탄식합니다(13〜15절). 그가 기억되지 않는 이유가 그가 가난한 사람이기 때문임을 말합니다(16절). 세상의 가치관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지혜보다 눈에 보이는 겉모습으로 판단합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낙망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하나님이 우리의 외모가 아닌 중심을 보시기 때문입니다. 비록 사람들에게 기억되지 않아도 하나님이 기억하실 것을 믿으며 의로운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전도자는 ‘조용한’ 지혜자의 말이 권력을 가진 자의 ‘호령’보다 낫다고 말합니다(17절). 특별히 ‘호령’하는 자들의 말을 듣는 이들을 ‘우매한 자들’이라고 말함으로 말하는 자와 듣는 자 모두가 어리석음을 말합니다. 이처럼 우리가 진정 지혜로운 길을 걷기 원한다면 힘을 가진 자의 어리석은 말이 아닌 겉으로 보기에 보잘것없다 할지라도 지혜로운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합니다.
전도자는 지혜가 무기보다 낫지만 ‘죄인’ 한 사람으로 인해 무너질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18절). ‘죄인’은 지혜가 없는 어리석은 사람, 세상의 힘을 의지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곧 지혜자라 할지라도 어리석은 자와 세상의 권력에 의해 넘어질 수 있고, 평생 쌓은 지혜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지혜가 아무리 강하고 우리를 유익한 길로 인도한다 해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음을 기억하고 늘 경계하며 지혜가 굳건하도록 날마다 훈련해야 합니다.
우리의 인생은 여전히 예측이 불가능하고, 가야 할 인생의 길은 보이지 않고, 그 마지막(죽음)은 뜻하지 않게 찾아옵니다. 그때에 우리는 인생의 나침반이 되는 지혜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지혜가 한순간에 허물어질 수 있음을 알고 지켜야 합니다. 지혜를 소유하고 지키는 한 우리는 헤매지 않고 하나님이 예비하신 목적지에 도달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