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현실은 절망인가?_욥기 10:13-22

13 그러한데 주께서 이것들을 마음에 품으셨나이다 이 뜻이 주께 있는 줄을 내가 아나이다

14 내가 범죄하면 주께서 나를 죄인으로 인정하시고 내 죄악을 사하지 아니하시나이다

15 내가 악하면 화가 있을 것이오며 내가 의로울지라도 머리를 들지 못하는 것은 내 속에 부끄러움이 가득하고 내 환난을 내 눈이 보기 때문이니이다

16 내가 머리를 높이 들면 주께서 젊은 사자처럼 나를 사냥하시며 내게 주의 놀라움을 다시 나타내시나이다

17 주께서 자주자주 증거하는 자를 바꾸어 나를 치시며 나를 향하여 진노를 더하시니 군대가 번갈아서 치는 것 같으니이다

18 주께서 나를 태에서 나오게 하셨음은 어찌함이니이까 그렇지 아니하셨더라면 내가 기운이 끊어져 아무 눈에도 보이지 아니하였을 것이라

19 있어도 없던 것 같이 되어서 태에서 바로 무덤으로 옮겨졌으리이다

20 내 날은 적지 아니하니이까 그런즉 그치시고 나를 버려두사 잠시나마 평안하게 하시되

21 내가 돌아오지 못할 땅 곧 어둡고 죽음의 그늘진 땅으로 가기 전에 그리하옵소서

22 땅은 어두워서 흑암 같고 죽음의 그늘이 져서 아무 구별이 없고 광명도 흑암 같으니이다


욥은 하나님께 의인으로 인정받은 사람이지만. 그의 말을 다 옳은 것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욥의 말을 읽을 때 우리는 옳고 그름을 따져서 교훈을 얻으려 하기보다, 인간의 현실에 공감하려 해야 합니다. 욥은 자신의 비참한 상황 때문에 하나님이 인간에게 과연 의로우신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벌하기를 즐기시는가?(13-17절)

욥은 하나님을 잘 아는 사람이었지만, 자기가 당한 상황 때문에 하나님의 속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하나님은 자기를 창조하신 분이지만(11-12절), 그 목적은 죄를 지었을 때 벌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것입니다(13-14절). 특히 구약성경을 읽다 보면 하나님은 자기 백성에게 복을 주시기보다 죄를 지었을 때 벌주시기를 더 즐겨하시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바로 욥이 이와 비슷한 말을 하고 있습니다. 욥은 자기가 마치 아무리 부모의 마음에 들어 보려고 노력해도 야단만 맞는 아이, 즉 칭찬받고 싶어서 설거지를 했는데 물을 바닥에 흘렸다고 야단을 맞고, 아빠 구두를 닦았는데 오히려 더럽혔다고 야단맞는 아이와 같은 상황에 있다고 느낍니다. 잘못한 일이 없다 하더라도 하나님 앞에 서면 부끄러운 점이 없을 수가 없고, 자신의 의로움을 주장하려 하면 교만하다고 징계를 받으며, 계속 여러 가지 종류의 잘못에 대해 지적을 당하고 징계를 당한다고 토로합니다. 욥은 이를 ‘마치 군대가 번갈아서 치는 것 같다’라고 표현합니다(15~17절). 이런 일을 당하는 아이들 중에는 이럴 때 부모가 자기를 혼내는 것을 즐거워한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욥이 그런 상황입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정말 하나님 앞에 의롭게 선다는 것이 너무 어렵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할 때가 있는데, 욥이 바로 그 상황을 실감 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18-22절)

욥은 만약 하나님이 벌하기를 즐기시는 분이라면 인생의 의미가 어디에 있는지 다시 묻고 있습니다. 만약 창세기에 기록된 대로 하나님이 사람을 만드실 때 보시기에 좋았던 것이 아니라면, 복을 주시려고 만드신 것이 아니라면, 왜 자기를 태어나게 하셨느냐는 것입니다(18-19절). 욥의 이 말에는 묘한 역설이 숨어 있습니다. 욥은 하나님이 사람을 만드실 때 기뻐하셨고, 복을 주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자기에게는 그 복이 적용되지 않는 것 같기 때문에 하나님께 항의하는 것입니다. 욥은 인간에게는 곧 죽음이 임할 것이고, 죽음에 이르기 전에 잠시 주어지는 시간에 평안을 주실 수 없느냐고 탄식합니다(20-21절). 이는 사람들이 인생을 살아갈 때 욥이 당한 것만큼의 고통은 아닐 수 있으나 끊임없이 고난을 당한다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욥의 눈 앞에는 죽음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으며, 세상의 빛이 사라져 흑암과도 같은 현실이 펼쳐져 있습니다(22절). 분명 욥의 말이 지혜롭고 올바른 말은 아닐 수 있지만, 우리는 그의 말을 통해 마치 전도서 저자가 말했던 것처럼 ‘헛되고 헛된’ 인생의 현실을 엿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인생은 이렇게 헛되고 고통스러우며 의미 없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신앙은 이런 현실을 외면함으로써가 아니라 오히려 직면함으로써 더욱 깊어지고 확고해집니다. 인생은 무가치하고 괴로운 길이지만 그 가운데 창조주의 의미 를 발견하는 여정이 바로 신앙생활입니다.


하나님을 너무나 사랑했던 욥이 고난가운데 탄식하는 모습을 볼 때, 우리는 아픔과 허무함,상실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생의 덧없음을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하나님을 더욱 깊이 깨닫는 밑거름이 됩니다. 절망 가운데 있는 인생에 소망을 주신 주님을 찬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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