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아비멜렉의 뒤를 이어서 잇사갈 사람 도도의 손자 부아의 아들 돌라가 일어나서 이스라엘을 구원하니라 그가 에브라임 산지 사밀에 거주하면서
2.이스라엘의 사사가 된 지 이십삼 년 만에 죽으매 사밀에 장사되었더라
3.그 후에 길르앗 사람 야일이 일어나서 이십이 년 동안 이스라엘의 사사가 되니라
4.그에게 아들 삼십 명이 있어 어린 나귀 삼십을 탔고 성읍 삼십을 가졌는데 그 성읍들은 길르앗 땅에 있고 오늘까지 하봇야일이라 부르더라
5.야일이 죽으매 가몬에 장사되었더라
6.이스라엘 자손이 다시 여호와의 목전에 악을 행하여 바알들과 아스다롯과 아람의 신들과 시돈의 신들과 모압의 신들과 암몬 자손의 신들과 블레셋 사람들의 신들을 섬기고 여호와를 버리고 그를 섬기지 아니하므로
7.여호와께서 이스라엘에게 진노하사 블레셋 사람들의 손과 암몬 자손의 손에 그들을 파시매
8.그 해에 그들이 요단 강 저쪽 길르앗에 있는 아모리 족속의 땅에 있는 모든 이스라엘 자손을 쳤으며 열여덟 해 동안 억압하였더라
9.암몬 자손이 또 요단을 건너서 유다와 베냐민과 에브라임 족속과 싸우므로 이스라엘의 곤고가 심하였더라
아비멜렉 이후 이스라엘은 거의 50년 가까이 평화를 누립니다. 하지만 조용히 비극의 씨앗들은 뿌려지고 있었고, 결정적 전환이 이뤄지자마자 이스라엘은 악을 향해 질주했습니다. 겉으로는 별 문제 없었던 상황에서 엄청난 일들이 준비되고 있었습니다.
아비멜렉 바로 뒤에 사사 돌라가 일어났습니다. 그의 삶은 매우 단순했습니다. 이스라엘을 구원했고, 23년 동안 사사로 있다가 죽었습니다(1-2절). 돌라의 삶에는 아비멜렉과 같은 극적 드라마(혹은 코미디)가 없습니다. 돌라가 이스라엘을 구원했고, 아무 문제 없이 이스라엘에 23년이라는 긴 평화의 시기를 가져왔다는 내용만 전해집니다. 어찌 보면 그는 특별한 문제 없이 하나님의 뜻을 이룬 사사로 볼 수 있습니다.
돌라의 뒤를 이어 야일이 사사가 되어 22년간 평화가 이어집니다. 그런데 그는 기드온과 비슷하게 30명이나 되는 아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 모두에게 공급할 적당한 소유가 필요했습니다(30마리의 나귀와 30개의 성읍 등). 하나님이 주신 평화는 계속되었지만, 그 과정에 하나님이 기뻐하시지 않는 것들이 조금씩 더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겉모습은 변함없이 괜찮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물질과 이기심에 타협한다면 아마도 다른 문제의 싹이 우리 안에서 계속 자랄 것입니다.
결국 야일이 죽은 후에 문제가 터집니다. 이스라엘은 여호와를 버리고 온갖 이방의 신들을 섬겼습니다(6절). 어찌 보면 순식간에 천지개벽이 이뤄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사의 존재 때문에 대놓고 나타나지 않았지, 조금씩 이방의 문화와 가치관이 이스라엘을 잠식했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사사라는 거대한 존재가 사라지는 순간, 그동안 억눌려 왔던 죄와 탐욕이 뿜어져 나왔던 것입니다. 여기에 기록된 죄악이 이전의 어떤 이스라엘의 행악보다 더 크고 심각했던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3:5-7; 4:1; 6:1). 하나님은 당연히 이스라엘의 악에 진노하셔서 이방 민족의 손에 그들을 넘기셨습니다(7-8절). 그들이 닮아 갔던 이방 민족에게 고통을 받게 하셨습니다. 우리는 종종 죄와 욕망을 좇아가다가 그것에 잡아먹힌 사람들을 봅니다. 처음에는 사람이 죄를 선택하고 그것을 소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죄악은 마약처럼 결국 사람을 지배하게 됩니다. 마음과 영혼을 잡아먹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기쁨을 주고 우리가 소유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욕망과 탐욕은 우리보다 우월한 힘을 가졌음을 알아야 합니다.
이방 민족들에 의해 이스라엘은 심각한 고통을 받았습니다(9절). 그 고통은 블레셋과 암몬과 아모리 족속 때문이라고 여겨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성경은 분명히 그 이유를 ‘여호와께서 진노하사’라고 알려 줍니다. 우리가 범하는 가장 치명적 실수는 하나님과 세상을 분리하려는 태도입니다. 하나님은 만물 가운데 계시고, 모든 것을 주관하십니다. 우리가 어떤 시간, 장소, 행동 혹은 감정을 하나님과 상관없이 독단적으로 생각하고 결정한다면, 하나님은 곧 우리에게 진노하실 것입니다.
우리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따라 모든 것을 판단합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볼 수 없는, 우리 마음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 마음이 조금씩 하나님 아닌 것에 자리를 내어 준다면, 우리에게 세속적 즐거움을 주던 것들이 결국 걷잡을 수 없이 우리를 지배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