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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어찌하여 내가 태에서 죽어 나오지 아니하였던가 어찌하여 내 어머니가 해산할 때에 내가 숨지지 아니하였던가
12 어찌하여 무릎이 나를 받았던가 어찌하여 내가 젖을 빨았던가
13 그렇지 아니하였던들 이제는 내가 평안히 누워서 자고 쉬었을 것이니
14 자기를 위하여 폐허를 일으킨 세상 임금들과 모사들과 함께 있었을 것이요
15 혹시 금을 가지며 은으로 집을 채운 고관들과 함께 있었을 것이며
16 또는 낙태되어 땅에 묻힌 아이처럼 나는 존재하지 않았겠고 빛을 보지 못한 아이들 같았을 것이라
17 거기서는 악한 자가 소요를 그치며 거기서는 피곤한 자가 쉼을 얻으며
18 거기서는 갇힌 자가 다 함께 평안히 있어 감독자의 호통 소리를 듣지 아니하며
19 거기서는 작은 자와 큰 자가 함께 있고 종이 상전에게서 놓이느니라
20 어찌하여 고난 당하는 자에게 빛을 주셨으며 마음이 아픈 자에게 생명을 주셨는고
21 이러한 자는 죽기를 바라도 오지 아니하니 땅을 파고 숨긴 보배를 찾음보다 죽음을 구하는 것을 더하다가
22 무덤을 찾아 얻으면 심히 기뻐하고 즐거워하나니
23 하나님에게 둘러 싸여 길이 아득한 사람에게 어찌하여 빛을 주셨는고
24 나는 음식 앞에서도 탄식이 나며 내가 앓는 소리는 물이 쏟아지는 소리 같구나
25 내가 두려워하는 그것이 내게 임하고 내가 무서워하는 그것이 내 몸에 미쳤구나
26 나에게는 평온도 없고 안일도 없고 휴식도 없고 다만 불안만이 있구나
욥의 탄식 속에서 너무도 깊은 아픔이 느껴집니다. 욥은 참된 쉼을 찾고 있습니다. 그는 삶이 너무나 고통스러운 나머지 죽음 후에 주어질 안식을 동경하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배에서 죽지 못함을 탄식함(11-16절)
욥은 크나큰 고난을 겪으면서 이 땅의 삶에서는 참된 만족을 전혀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듯합니다. 그는 고난의 순간에서 거슬러 올라가 자신이 탄생한 그 순간마저 탄식하고 있습니다. 즉 그는 자기의 삶 전체를 두고 크게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그는 차라리 어머니의 태에서 숨졌더라면 좋았겠다고 말합니다. 또 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도록 도움받은 것, 어머니의 젖을 빨고 생명을 이어 갈 수 있었던 모든 상황을 안타까워합니다. 만약 자신의 삶이 어머니의 뱃속에서 끝났다면 지금의 이 고난을 겪지 않아도 되었으리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는 차라리 자신이 낙태되었다면 자신이 참된 안식을 누렸을 것이라고 합니다.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당하는 상황이 얼마나 괴로웠으면 이렇게 극단적 표현까지 써 가며 한탄하나 싶습니다. 지금 그는 평안히 눕지도, 자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또 앞으로 얼마나 더 이러한 고난을 겪어야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차라리 어머니의 배에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았겠다고 부르짖은 것입니다. 지금 욥이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인생은 이 모든 고통과 고난을 아예 경험하지 않은 인생입니다.
우리는 그가 과장된 표현을 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너무나 큰 아픔을 겪고 있을 때 우리도 욥처럼 한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난이 닥치지 않았을 때 주님 안에서 안식했듯, 고난이 닥칠 때에는 주님 안에서 한탄하십시오. 하나님은 마음이 가난하고 심령에 통회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떠는 사람을 돌보신다고 약속하셨습니다(사 66:2).
어디에 평온함이 있는가(17-26절)
욥은 자신이 태어나 고난을 겪고 있으니, 지금 자신이 바라는 유일한 소망은 죽음뿐이라고 말합니다. 죽음 이후에는 악한 자로 인한 고통도 없을 것이고, 지위 고하에 따른 차별도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죽음이 기쁨이 될 수 있으리라는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내뱉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는 만족과 위로를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여 차라리 죽음이 가져다줄 평안을 갈망한 것입니다. 욥의 이와 같은 탄식과 고백은 일면 이해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며, 어떤 평안과 행복도 일시적일 뿐임을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욥이 생각할 때 죽음은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답이었습니다. 엄밀히 말해, 그가 구한 것은 죽음 자체가 아니라 죽음 이후의 평안이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해를 입힌 다른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탓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그가 지금은 이 세상의 삶 자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욥의 탄식은 모든 사람이 귀 기울여 들어야 하는 탄식임에 틀림없습니다. 욥은 의인이었고, 많은 이에게 부러움과 칭송의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누렸던 어떤 것도 그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했습니다. 인간은 이렇게 연약한 존재이고, 인간이 누리는 부귀영화도 우리를 궁극적으로 구원할 수는 없습니다.
욥은 자신의 짧은 지식으로 죽음을 갈구했지만, 죽음은 영원한 안식과 쉼이 아닙니다. 죄 아래에서 죽는 모든 인간은 영원한 절망과 고통 속에 던져집니다. 욥이 그토록 바랐던 참된 안식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부활하셔서 사망의 권세를 이기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 참된 평안이 있습니다. 그분을 만난 사람은 불안을 던져 버리고 평온함을 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