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예수께서 안식일에 한 회당에서 가르치실 때에
11 열여덟 해 동안이나 귀신 들려 앓으며 꼬부라져 조금도 펴지 못하는 한 여자가 있더라
12 예수께서 보시고 불러 이르시되 여자여 네가 네 병에서 놓였다 하시고
13 안수하시니 여자가 곧 펴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지라
14 회당장이 예수께서 안식일에 병 고치시는 것을 분 내어 무리에게 이르되 일할 날이 엿새가 있으니 그 동안에 와서 고침을 받을 것이요 안식일에는 하지 말 것이니라 하거늘
15 주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외식하는 자들아 너희가 각각 안식일에 자기의 소나 나귀를 외양간에서 풀어내어 이끌고 가서 물을 먹이지 아니하느냐
16 그러면 열여덟 해 동안 사탄에게 매인 바 된 이 아브라함의 딸을 안식일에 이 매임에서 푸는 것이 합당하지 아니하냐
17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시매 모든 반대하는 자들은 부끄러워하고 온 무리는 그가 하시는 모든 영광스러운 일을 기뻐하니라
18 그러므로 예수께서 이르시되 하나님의 나라가 무엇과 같을까 내가 무엇으로 비교할까
19 마치 사람이 자기 채소밭에 갖다 심은 겨자씨 한 알 같으니 자라 나무가 되어 공중의 새들이 그 가지에 깃들였느니라
20 또 이르시되 내가 하나님의 나라를 무엇으로 비교할까
21 마치 여자가 가루 서 말 속에 갖다 넣어 전부 부풀게 한 누룩과 같으니라 하셨더라
오늘과 내일 본문을 통해 누가는 유대교가 어떻게 쇠퇴했는가를 보여 줍니다(10〜35절). 유대인들은 과거로부터 내려온 선입견에 얽매여 예수님이 이 땅에 세우시는 역동적인 하나님의 나라를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결국 멸망의 길로 걸어가게 되었습니다.
과거의 틀을 벗지 못함(10~14절)
안식일에 예수님이 하나님의 권세를 사용하여 귀신 들려 앓으며 펴지 못하는 여인을 치유하셨습니다(10〜12절). 하나님을 예배하는 안식일에 회당에서 하나님의 권세가 나타난 것인데, 이상하게도 회당장이 기뻐하기는커녕 분을 냅니다(14a절). 회당장은 오직 사람들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모여 찬송하고 기도하고 말씀 보고 교제하는, 과거로부터 늘 유지해 오던 방식을 고수하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회당장은 예수님이 안식일 규정을 어겼다고 주장했는데(14b절), 이것은 단순한 의료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의 통치를 드러낸 표적이므로 말도 안 되는 지적입니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과거의 틀을 깨뜨리려는 시도는 전혀 하지 않고 하나님의 권능을 거부했습니다. 이런 모습은 현대 교회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일하시는 방식을 규정하면 이런 오류에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오래된 껍데기를 부수라(15~17절)
예수님은 그들을 ‘외식하는 자들’이라고 비판하십니다. 이는 ‘배우’라는 의미로도 쓰이는 단어로, 정작 신앙이 없으면서도 겉으로만 신실한 척하는 자들을 의미합니다(15a절). 소나 나귀를 안식일에 부리는 것은 괜찮고, 사람을 치유하는 행위를 금하는 것은 어이없는 규정입니다(15b~16절). 그들이 중시하는 율법이란 단지 자기들의 경건한 모습을 보이고, 유대교의 전형적 질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할 뿐, 하나님의 통치가 세상 가운데 나타나는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습니다. 예수님이 그들을 꾸짖으시자, 많은 사람이 기뻐했습니다(17절). 이전부터 많은 사람이 종교 지도자들 때문에 힘들어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영광은 모든 이를 자유롭게 하고 기쁨을 경험하게 합니다.
하나님 나라의 본질(18~21절)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가 당시 유대인들이 상상했던 것처럼 영토와 왕궁과 군대, 법과 제도를 가진 국가가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마치 겨자씨 한 알이 자라나는 것과 같고, 누룩이 가루 서 말을 모두 부풀리는 것과 같이 역동적으로 발전해 나갑니다. 채소밭에 심은 겨자씨 한 알은 보이지 않지만, 어느새 크게 자라 새들이 깃들일 정도로 강력한 생명력을 가집니다(18〜19절). 또 가루에 누룩을 섞어 넣으면 눈에 띄지 않지만, 그 이스트에 의해 크게 부풀어 많은 사람의 양식이 될 수 있습니다(20〜21절). 이처럼 하나님의 나라는 제도가 아니라 내재된 생명력입니다. 인간은 어리석게도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력보다는 겉으로 보이는 제도나 건물, 간판 등에 주목합니다. 하지만 주님은 그런 껍데기에 관심을 갖지 않으십니다. 우리도 주님이 중시하시는 생명력에 집중해야 합니다. 내재된 생명력이 하나님 나라의 본질입니다.
오늘 본문의 회당장같이 교회는 이래야 한다는 선입견에 붙들려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는 분들을 현대 교회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는 제도로 규정되지 않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생명력을 가졌기에 계속 변화하고 발전합니다. 전통을 고수한다고 해서 반드시 하나님 나라에 유익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기존의 선입견으로 교회를 바라보지 말고,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적극 도모해야 합니다.